독일어로 씌여진 게르만족 최초의 작품이 단 한쪽만 전하는 "힐데브란트의 노래" (9세기)인 것을 생각할 때, 칼리다사 "샤쿤탈라"는 그 자체로도 인도 굽타왕조 당시 완벽한 문학 이론과 수준이나 극이론은 물론이고 문화, 사회, 철학과 종교관을 훨씬 뛰어넘어 과학기술 수준까지도 가늠할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인도문학자가 아닌 독문학자가 200여 년의 독일 인도학 연구 결실을 바탕으로 21세기에 1600여 년 전에 쓰여진 인도 산스크리트 희곡을 감히 번역한다. 브레히트 (Bertolt Brecht, 1898-1956) 서사극의 동양극과 연관성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오던 역자는 브레히트 현대 서사극의 뿌리를 찾는 가운데, 브레히트가 언급했던 인도 연극과 칼리다사의 족적을 따라 산스크리트극에 이르렀다.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 칼리다사 "샤쿤탈라"의 서사적 요소가 브레히트 서사극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에 본 작품을 단순히 연구 목적으로 20여 년 이상 독일어로 읽었던 것을 다양한 번역본들을 바탕으로 인도 연극술에 가장 가깝게 국내 독자들을 위해 "샤쿤탈라"를 한국말로 번역해 온라인 초청강연에서 약속한 대로 출간하게 되었다.
이 작품을 굳이 번역하는 첫 번째 목적은 브레히트 관련 학자들이나 연극학자들이 서사극을 막연하게 일본 노극, 중국 원곡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으로 단정해오던 관점을 구체적으로 인도 산스크리트극, 그것도 칼리다사 "샤쿤탈라"가 그 뿌리라는 사실에 관심을 돌리기 위함이다. 두 번째 목적은 대학 시절부터 연극 내지 드라마 언저리에서 글을 써오던 필자가 당연 한국 연극계에 “한국 연극의 서사적 요소가 불교문화의 전래와 함께 우리 연희술과 극문학에 영향을 끼쳤던 뿌리가 바로 산스크리트극일 것“ 이라는 자극을 주기 위함이다. 독자들이 필자의 이 두 가지 목적에 도달하는 데, "샤쿤탈라" 번역본은 분명하게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칼리다사 (Kalidasa)는 굽타 왕조인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에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 고전 작가이다. 그는 교육받지 못한 일반 계층 출신인데, 칼리다사란 이름은 필명이다. 죽음, 파괴와 회복의 신 칼리 (काली, Kālī)의 종(Dasa)이 의미하듯, 이 일에 종사함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여인상을 바탕으로 쓴 사랑시 이외에도 희곡으로 유명하다. 산스크리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세계문학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특히, 서사시 “구름 사자 Meghaduta“, 희곡 “샤쿤탈라 Sakuntala“와 “우르파시 Urvasi“ 등으로 서구에 가장 잘 알려졌으며, “샤쿤탈라“는 가장 큰 영향을 준 최초의 인도 문학 작품 중의 하나이다.
1789년 윌리엄 존스 (William Jones)가 영어로, 1791년 포르스터 (Georg Forster)가 이것을 독역함으로써, 괴테, 헤르더와 쉴러등 독일 지성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로써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인도학과가 설립되는 결과까지 낳게 된다. “샤쿤탈라“는 20세기 작가로 최고의 영향력을 끼친 브레히트 (Bertolt Brecht)가 현대 서사극 전형으로 삼은 작품이기도 하다.
역자 주경민은 경주시 출생, 대구고와 성균관대학 독문학과 졸업 후 독일 괴팅겐대학과 칼스루에대학에서 독문학/사회학 전공, 브레히트 100주기 위해 1988년부터 브레히트 신•구 전집 전산화 작업, “마르가레테 스테핀 프로젝트“를 기획 운영, 1998년 “브레히트 컴퓨터 인덱스 2000“ (BCI2000) 완성, “브레히트와 동양 연극“ 관련 다수 논문 발표, (주) 에바다 사장 역임, 칼스루에 시의회 외국인 자문의원, 사이버 묵상 편지 “그리스도의 편지“ 집필-운영자, “필라복음신문“ 편집인, 시인, 번역가로 활동. 현재, 인문과학 분야 디지털콘텐츠사 “BRECHTCODE“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