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색인집 시리즈 “브레히트 메티 소설“을 펴내며
브레히트는 1920년대 베를린에서 노자, 공자와 장자를 두루 접하며 피상적으로 접하며 글을 썼다. 그런데 망명지에서 이들 중국 철학자들 서적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집중한 책이 바로 묵자 (墨子Mo-tse)의 번역서이다. 망명 생활과 문헌상으로 고려해 볼 때, 브레히트는 이미 베를린 시절인 1930/31년 경 포르케 (Afred Forke, 1867-1944)의 책 『사회 윤리학자 묵자와 제자들의 철학 저서』 를 읽어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브레히트는 포르케 교수가 번역한 묵자 저서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설을 집필하면서, 정작 소설 제목은 당시 독일에 잘 알려진 빌헬름이 독역한 『주역 (周易) 』에 붙인 책이름 『주역. 변화의 서 (I Ging. Das Buch der Wandlungen)』 부제목과 대조되는 『메티. 전환의 서 (Me Ti. Buch der Wendungen)』라는 책이름을 붙인다. 물론 이것은 포르케의 역서를 통해 묵자 사상의 핵심이 유교적 사랑과 구별되는 통일되는 사랑 또는 민족 간의 형제애, 즉 하늘의 뜻에 따라 함께 (兼)하는 사랑, 즉 겸애 (兼愛) (겸애란 '모두에게 공평한 사랑'을 말함)를 주장하였는데, 인류의 연대에 기초한 이런 윤리와 논리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로 전쟁을 극복하고 영원한 평화로 전환하는데 있음을 이해하고 난 뒤 브레히트가 자신의 소설을 이에 따라 주제를 맞추고자 한 의도임을 알 수 있다.
브레히트 문서보관소 (BBA)에 남아있는 원고는 원래 미완성 상태였다. 타이핑한 여러 원고가 있는데, 브레히트가 한 원고뭉치는 『전환의 서 (Buch der Wendungen)』란 제목을, 다른 원고뭉치는 『메티 (Me-ti)』란 제목을 붙였다. 쥬르캄프에서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던 이 원고들을 함께 편집해 『메티 / 전환의 서 (Me-ti / Buch der Wendgungen)』란 제목으로 1965년 출간했다. 새전집을 펴낸 칼스루에 대학 크높 교수가 『전환의 서 (Buch der Wendgungen)』로 제목을 바꿔 편집해 출간했다.
오늘날 독자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브레히트 스스로 이런 책제목을 정하지 않았으며 잠정적으로 『메티 (Me-ti)』는 물론 『전환의 서 (Buch der Wendungen)』도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미완성인채로 남겼던 것이다. 1934년에 썼던 『»전환의 서 (Buch der Wendungen)«에 속하는 텍스트에 대해』 란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집필초인 1934-1935년에는 『전환의 서』로 집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메티 (Me-ti)』란 제목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브레히트의 묵자 철학사상과 논쟁이 직접적 원전이 아니라, 간접 인용, 의역이나 자신의 새로운 기술을 통해 원전 『메티 (Me-ti)』를 언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브레히트 동·서 문학 융합』을 집필하면서, 브레히트 작품들 중에서 “동·서 융합“의 흔적이 가장 진하게 드리워진 이 작품이, 독문학은 물론, 철학과 중국학 내지 중국 철학 전공자들이 더 연구해야할 분야로 여겼다. 이에 브레히트 구전집 (GW)과 새전집 (GBA)에 실린 두 작품을 동시에 작업해 용어 색인집을 내기로 했다. 그 이유는 구전집과 새전집 내용이 근본적으로 비슷하지만, 빠지거나 보충된 내용들이 있기 때문이다.
본 용어색인집의 데이트들은 이용자들에게 이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게 될 것이다. 우선 두 텍스트들의 용어가 근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용어의 횟수가 짝수로 색인될 것이다. 하지만 홀수라면 , 그 용어에 해당하는 텍스트가 구전집에서 빠졌거나 새전집에서 추가된 내용인 것이다. 또 비록 짝수라 할지라도 단지 구전집에 또는 새전집에만 용어가 등장한다면, 이 역시 한 곳에서 텍스트가 추가 내지 누락된 것을 말해준다.
아무쪼록 『브레히트 메티 소설 – 용어 색인집』을 통해서 브레히트가 묵자를 어떻게, 얼마만큼 수용하고 융합했는지에 대한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여유가 있을 때, 포르케 교수의 방대한 『묵자』 완역도 용어 색인집으로 출간할 것을 약속하며…..
독일 검은 숲 언저리에서
2022년 깊은 가을에
주경민
주경민은 경주시에서 출생하여 대구고와 성균관대학 독문학과 졸업후 독일 괴팅겐대학과 칼스루에대학에서 독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브레히트 서사극과 동양 연극“에 대한 다수 논문과 저서들이 있다. 사이버 묵상편지 “그리스도의 편지“ 저자이자 “필라복음신문“ 편집인, 시인, 번역가로 활동하며 독일에서 인문과학 분야 디지털콘텐츠사인 “BRECHT CODE“ 현재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도이치 어문학에의 도전≪과 ≫서사극의 재발견≪의 공저와 성경 읽어주는 남자 시리즈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28권) (eBook, 1999년), 개인시집 (4권) - ≫독일 오동나무에 걸린 시뒤집는 시인의 사랑≪, ≫사대강의 노래≪, ≫신앙시와 소네트 시편≪, ≫[주경민 소네트 시집] 열네 줄 시열정≪과 ≫사랑 소네트 늑대와 천사≪가 있고 ≫브레히트 서사극 참뿌리, 인도 산스크리트 연극≪, ≫브레히트와 석가≪, ≫브레히트와 공자≪,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노자≪, ≫브레히트 서사극 - 동양 연극술 이전 연구≪, ≫서구 연극 변화시킨 3대 동양 고전희곡≪, ≫칼리다사와 샤쿤탈라≪, ≫브레히트 현대 서사극과 칼리다사 샤쿤탈라≪, ≫브레히트 일화≪, ≫브레히트 시 읽어주는 남자 1≪, ≫살아남은 자의 분노≪, ≫브레히트 서사극과 일본극≪, ≫브레히트 시(용)어 색인집≪ (쟝르별 7권) 외 다수 eBook 출간.
역서로는 ≫천사의 유혹≪ (브레히트 소네트 시집), ≫브레히트 - 사랑을 사랑한 사랑시집≪, ≫발레로 유럽 무대에 잘 알려진 춘향전≪ (발레 텍스트), ≫칼리다사의 샤쿤탈라≪ (희곡), ≫브레히트 동극≪, ≫브레히트 동시≪, ≫브레히트 동화≪, ≫브레히트 아동문학≪, ≫클라분트 – 소네트 애가≪, ≫클라분트 - 3음1색≪, ≫평화에 바치는 애(송)가≪, ≫클라분트 - 이백 (李 白) 번안시≪, ≫클라분트 – 천국 사닥다리≪, ≫독·불 시인들, 이백 (李白) 시며들다≪와 ≫독·불시에서 이백 (李白)의 시상 - 도자기 정자≪ , ≫소네트로 읽는 브레히트 문학과 삶≪ 등 다수.